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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국내영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② 줄거리 리뷰-"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by 시간여행자 카알KaRL21 2023. 7. 31.

넷플릭스에서 흥미롭게 정주행 했던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16부작)에 대한 줄거리와 리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이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가족'이 된 현실에 대한 해부와 생각할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포스터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포스터

 

 

"우리는 지구에 살면서 지구 내부물질 보다 태양 내부 물질에 대해 더 많이 안다"

우리는 드라마 도입부에서 이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족)의 내부물질 보다 태양 내부 물질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말입니다. 가족보다는 다른 이웃과 지인,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내부물질, 가족 구성원, 개인의 특수성과 캐릭터에 대해서 잘 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는 건 없지만' 되는 현실의 민낯을 드라마는 비쳐주고 있습니다. 이런 민낯의 실랄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김은정 작가는 오히려 '부부의 세계'를 방불케 하는 막장 요소를 더 가미하지 않았는가 싶은데요. 하지만, 그 막장 요소가 어느 외계에서 온 색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부딪힐 수 있는 가능한 것들이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더해주지 않는가 싶은데요.

 

 

아버지는 자살소동으로, 어머니는 졸혼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되는 가족이야기

1화에서는 아버지 김상식(정진영 분)의 자살 헤프닝이 생겨나고 어머니 이진숙(원미경 분)은 졸혼을 이야기합니다. 삼 남매로 아무런 문제 없이 자라온 것 같은 이 가족에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훈도 "사랑으로 화목한 가정"으로 적혀 있는데, 사랑으로 화목하지 않았던 가정의 곪을 대로 곪아터진 가정의 비극이 시작됩니다. 그래도 이진숙은 이혼이 아니고 '졸혼'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가정을 그대로 지키고자 하는 제스처로 보이는데요.

 

 

 

 

양파껍질 벗기듯이 벗겨지는 가족들의 비밀들

'아버지가 왜 자살소동을 벌였을까?'부터 시작하더니 이제 2화로 넘어와서는 졸혼하려는 엄마의 과거사가 들추어집니다. 큰 딸 김은주(추자현 분)는 '배 다른 언니'였다는 것입니다. 과거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김상식은 흙수저 출신으로 우유배달을 하면서 대학교에 잠시 갔던 차에 여대생이었던 이진숙이 우유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때 김상식은 22살의 여대생 이진숙에게 한눈에 꽂혔습니다. 그런 와중에 나중에 알고 보니 이진숙은 미혼모가 될 뻔한 처지에 있습니다. 연모하는 감정과 동정심이 최대한 분출된 김상식은 이진숙과 결혼하자고 제언을 합니다. 대학도 결국 포기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이진숙의 가족들은 이진숙을 버리고 이민을 가버리게 됩니다. 가난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감정이 있기에 배다른 딸을 키우면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양파껍질

3화에서는 이진숙이 평소에 남편을 의심하고 있었는데요. 물류트럭을 운전하는 아버지가 딴 살림을 차린 것으로 보입니다. 호기심과 의구심에 남편의 행적을 쫓던 와중에 남편이 웬 청년을 '영식아'라고 부르는데, 아들을 부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젊지만 다리를 절고 있는 영식, 이진숙은 이제껏 믿어왔던 남편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월급의 일부가 사라진다는 느낌도 감출 수 없었던 이진숙이었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나 봅니다. 그리고서 다리를 절게 된 영식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에 영식을 아들처럼 뒷바라지해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식은 영식의 불행을 책임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진숙이 상식에게 말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책임진다는 게 고만고만해?"

 

이 말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이 까딱하면 미혼모가 될 뻔한 이진숙, 가족들에게도 버려질 운명의 이진숙과 결혼한 것이 바로 김상식, 남편이었으니 말입니다. 책임진다는 것은 무게감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흔히 남녀관계에서 '내가 너를 책임질께'라는 말을 하는데, 이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절대 책임질 수 없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고 위로는 줄 수 있지만, 정말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책임진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드라마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존하여 나아가는 가족의 방향성이 아니라, 누군가가 누군가를 책임지는 방향성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가족 구성원,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대로 견고하게 서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적으로 말해주는 듯합니다. 

 

물류운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식의 존재를 모두 알고 있었거든요. 딴 살림을 차린 게 아니라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의 죄책감으로 인해 아버지 김상식은 그렇게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말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족의 문제는 할 말을 안 하는 거야."

 

교통사고를 냈으면 아내 이진숙에게 김상식이 이야길 하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지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아내가 걱정할까 봐 이야길 하지 않아 결국 이렇게 오해와 편견이 매듭이 계속 감긴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다 알게 된 둘째 딸, 김은희(한예리 분)입니다. 하지만 남편에게만 이런 일이 있던 것이 아니라 아내인 진숙에게도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데요. 바로 과일가게 유 씨 네 아저씨와 엄마의 관계였습니다. 유씨네 아저씨와 엄마 이진숙은 뭔가 썸을 타는가 하는 여지를 남편 김상식도, 자녀들도 느꼈는데요. 유독 촉이 좋은 둘째 딸 김은희가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오해였습니다. 

 

"너무 잘 아는 가족들이라도 노력해야 된다는 거."

 

"어떻게 평생 나한테 얘길 안 해? 화병이 날 것 같아."

 

 

 

남편 김상식은 미혼모가 될 처지의 이진숙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첫째 딸 김은주의 결혼식에 애 아빠가 참석을 한 것입니다. 은주 친아빠가 은주 결혼식에 와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김상식은 충격을 받습니다.

 

"평생 연락하고 산 거 아니냐?"

 

남편은 남편대로 오해의 탑을 쌓아갑니다. 나중에서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입니다. 오해는 오해를 낳는 가족의 현실입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물었으면 끝났는 걸 여태 묻어뒀어."

"결혼식 이후 나 더 힘들게 했어?"

 

"당신도, 애들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

"죽고 싶을만큼 억울했어?"

 

남편 김상식은 산에서의 자살 해프닝(?) 사고로 인해 단기적인 기억을 잃어가면서 20대 시절로 돌아갑니다. 그러면서 무뚝뚝하고 거칠고 반응 없는 남편이 아니라 20대의 다정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는 와중에 졸혼을 생각했던 이진숙의 닫혔던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있긴 합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윤태형과 김은주 부부, 그리고 막내 지우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윤태형과 김은주 부부, 그리고 막내 지우

 

 

큰 딸 김은주와 남편 윤태형의 양파껍질

4화에서는 배다른 큰 딸, 큰 언니인 김은주와 윤태형(김태훈 분) 부부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윤 닥터, 피터 윤과 김은주 사이에는 아이가 없습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소위 금수저 집안의 윤태형, 그리고 흙수저 출신의 김은주가 어떻게 결혼을 했을까요? 김은주는 가난한 집안 탓에 늘 알바를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해 김은주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준 남자가 바로 윤태형입니다. 전직 변리사였던 김은주, 그리고 의사인 윤태형의 그림은 좋아 보입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하지만 아내에게 다가가지 않는 남편, 이들의 문제는 요즘 인기 있는 보통부부들의 이야기 '쉬는 부부'(sexless couple)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남편 윤태형은 게이였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 김은주는 충격을 받습니다. 드라마에서 김은주의 단골카페 바리스타인 안효석(이종원 분)이 김은주를 좋아하는가? 두 사람이 썸을 타는가 뭐 그런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처음에 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오히려 안효석과 윤태형이 그렇고 그런 관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은주가 안효석을 알기 전에 오히려 윤태형과 안효석이 연애(?)했던 모양새입니다. 드라마는 '동성애'를 끄집어내면서 더 파격적인 요소를 가미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무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노릇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안일 수도 있습니다. 

극 중에서 김은희(한예리 분)의 독백이 들려옵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늘 상상했었다.

 

자신이 게이이라는 비밀이 탄로 난 윤태형은 뉴질랜드 학회에서 가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적당히 비겁해야 심장이 터지지 않는 거다."

"가족이라도 네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우린 둘 다 가족을 끊고 싶었어. 가족이 지긋지긋해."

이 대사는 큰 딸, 김은주가 남긴 대사입니다. 김은주는 가난한 가족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가족이 너무 지긋지긋했다고 합니다. 생계를 책임지는 일에 일부 거들어야 하는 자신의 맏딸의 운명이 늘 자신에겐 짐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윤닥터를 만났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줄로 알았지만, 남편이 게이였다니! 윤태형과 김은주가 날 것으로 그대로 이야기하는 대화장면입니다.

 

"신분상승이 필요했어?"

"속물이야."

"내 슬픔을 자기 등에 들고 가는 사람이 친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난 너를 선택한 거야."

 

윤태형에게 김은주는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었습니다. '난 너를 선택한 거야'라는 말은 보통 연인들 사이에서 오갈 때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문장이지만, 여기 상황과 정황에서는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고 리스크가 최대한 작은 포지션을 선택하기 위해 김은주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은 과연 '내 슬픔을 자기 등에 들고 가는 사람'이라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근데 결혼보다는 이혼이 현실에 더 가깝다."

 

후에 김은주는 자신의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남편에 대한 거부감과 증오와 분노가 이제는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게 되는 포지션을 취하게 됩니다.

 

"누구든 태형 씨 인생을 반대하고 설득할 수 없어요."

 

 

김은주는 자신이 그토록 지긋지긋해했던 가족, 자신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가족이었는데요. 정작 그 가족에게서 벗어나 남편과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환상과 꿈이 있었겠지만, 그것조차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배 다른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김은주입니다. 엄청난 충격과 파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은주는 자신의 모친, 이진숙에게 고백합니다.

 

"나 포기하지 않아서 고마워, 엄마."

 

김은주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긋지긋해하는 가족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또 다른 이상적인 가족을 꿈꾸며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가족은 인간관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배다른 딸, 김은주가 그토록 싫어하고 미워하고 지겨워했던 가족이 자신에게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했는지, 엄청난 울타리였는지 그걸 김은주는 기대했던 남편에 대한 실망감, 이혼을 하게 되면서 제대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자신이 '배다른 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극대화되는 것이죠. 행복한 어제가 없었는데, 어떻게 행복한 오늘을 기대할 수 있는가? 아...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행복한 관계정립이 없던 과거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 관계정립이 있는 오늘과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말로 바꾸겠습니다. 과거가 지긋지긋했다면, 그 지긋지긋한 과거의 청산과 정리와 refresh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작업이 없이 또 다른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꿈꾼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죠. 얽히고설킨 관계의 복잡한 매듭은 풀어야 행복이 찾아옵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온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드라마는 김은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리고 그녀가 배 다른 딸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제대로 된 '홀로서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같이 산 5년 동안 최근에 더 많이 대화한 것 같지 않아?"

 

부부가 서로의 비밀과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면서 과연 진정으로 투명한 관계가 유지될 수가 없겠죠. 모든 것이 해체되고 비밀이 탄로 난 가운데 이 부부는 진실한 자아끼리 서로 대화할 수 있었네요.

 

 

 

 

둘째 김은희의 양파 껍질

 

둘째 딸, 김은희(한예리 분)의 남자 친구가 견주였는데요. 그런 와중에 늘 묵묵히 은희 옆에 있었던 남사친 박찬혁(김지석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도 오해로 인해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은희는 출판사(P & F Book)의 팀장인데, 미국에서 새롭게 발령온 부대표 임건주(신동욱 분)와 처음 대면한 자리, 그리고 그날 저녁 환영회자리 이후에 술김에 원나잇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 커플, '선섹스 후만남'의 이 과정을 남사친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김은희, 그리고 그걸 들어주는 박찬혁. 박찬혁은 은희 일이라면 뭐든지 제쳐두고 달려오는 스타일입니다. 은희 가족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개입하는 찬혁입니다. 막내아들 지우를 자신의 회사에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는데요. 원나잇을 한 부대표 임건주는 굉장히 젠틀해 보였는데, 임건주의 전여자 친구(전 아내?)가 찾아오면서 은희와 건주의 관계에 먹구름이 끼입니다.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남사친 찬혁과 전남친 건주, 은희는 서로 친하게 지낸 사이였던 것 같은데요. 은희가 건주에 대해 폭로합니다. 

 

"견주는 날 붙잡아놓고 잔바람 피웠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다 듣고 받아주는 남사친, 찬혁이었습니다.  자신은 원나잇을 하고 아빠는 자살소동에, 엄마는 졸혼, 셋째는 또 어떤 일이 터질까요? 인생은 언제나 산 넘어 산인 것처럼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김은희는 넘어질 듯 넘어지는 것 같으면서 잘 버티고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은희의 옆에 항상 찬혁이가 경청을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밀당의 케미가 돋보입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찬혁과 은희의 흥미로운 관계가 시청의 흥미를 더한다고 할까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찬혁과 은희의 흥미로운 관계가 시청의 흥미를 더한다고 할까요?

 

셋째, 아들 지우의 의 낯선 가출 해프닝

"우리 진짜 아는 게 너무 없었네."

 

아들 지우가 갑자기 편지를 써 놓고 먼 타국 땅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나 알고 보니 "선입금 후 만남"이었습니다. 바로 '로맨스 스캠'에 후킹 당한 것이었네요. 가족들은 막내라고 늘 제쳐두었던 지우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돌아가면서 사고 치는 가족, 하지만 그게 우리 가족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우 어른이야. 어디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어."

"지우, 첫사랑 사라졌어."

"기다리는 수밖에 더 있어?"

 

 

평생을 오해와 편견으로 살아왔던 가족, "지금 우리 집 문제가 쌓아두기만 하다가 쏟아져서 우당탕 쏟아진 창고 같네."

"평생을 오해로 살았네"

"가족이라도 서로 다 알야 돼?"

"내가 당신을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먹고 사느라 바빴지만 그 말들을 너무 잊고 살았다."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야."

 

"부모가 말썽을 피우면 아이들이 늙는다."

"자식 속 들어가 봤어?"

 

"당신이 오해하니 오히려 속이 더 시원했어."

"서로 풀어주려는 노력을 안 했어."

"내가 모아 둔 수면제를 언젠가 당신이 보겠지."

"당신 가슴 아프게 하려고, 가슴 치며 후회하라고."

 

상식의 자살소동은 화물트럭에 수북이 모아둔 수면제를 통해 자살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가족이 서로를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으니 서로를 오히려 풀어주기는 커녕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고자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확보하고자 하는데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알아주지 않으니 더 속이 터져 천불이 나는가 봅니다.

 

"당신 평생 허깨비와 싸운 거야."

"나는 평생 허깨비랑 싸운 게 아니라 평생 못난 나와 싸운 거"

 

서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니 오해와 편견만 가득했던 가족, 결국 상식과 진숙은 '평생 허깨비와 싸운 거야'라고 말합니다. '평생 못난 나와 싸운 거'라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졌어."

"아, 부모님도 용케 버티셨겠구나."

"이걸 다 나와 함께 했겠구나!"

"가족이었지."

 

"지금 우리 집 문제가 쌓아두기만 하다가 쏟아져서 우당탕 쏟아진 창고 같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의 결말(ft. 명대사)

상식은 뇌종양 판단을 받고 병원에 누워있어야만 합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질병으로 통해 다시 하나가 되는가 봅니다. 

 

"당신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쟎아."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외로웠을 나의 아내"

"사랑하는 내 가족입니다"

"가슴 끔찍한 우리 막내, 가슴 미어지겠네."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난 다 알아. 몸 아픈 당신이 죄인처럼 지낸 거."

"우리 둘 다 애들 그만 무서워하고 우리한텐 우리 둘 밖에 없어."

 

아버지 김상식이 퇴원을 하고 아이들을 모아놓고 온 가족이 이야기를 합니다.

 

"가족이 뭘까?"

"나는 네가 언니 안 보고 살 때, 무슨 일일까? 제 마음에 뭐가 맺혔나? 몇 년을 나 혼자 속앓이했어. 너 그거 알아??

"너 이혼 한 번도 상의 안 하고 통보할 때도 나는 그냥 받아들였어."

"아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는 해?"

"지금까지 가슴이 미어져"

"너, 나가!"

"너희 엄마 너희들하고 그만두게 하게 할 거야."

"나 못 쫓아내. 내가 쫓겨나 봐서 알아."

 

이진숙은 자신이 여대생 시절에 임신한 사실로 인해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 때문에 막내 지우를 쫓아낼 수는 없다고 합니다. 

 

"1-2년 저 방에서 세를 살다 떠나도 너처럼 그렇게는 안 떠났을 거야."

 

부모를 짐으로 여기고 집안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자녀들에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마음속에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김상식은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이진숙, 아내를 위해 아이들에게 으름장을 놓습니다. 

 

"앞으로 할 말은 하고 살자."

"너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가족이 짐이었다는 거지."

"엄마한테도 가족이 있었다. 그걸 잊고 살았다."

 

막내 지우는 막내답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면서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엄마에게 다가갑니다. 첫째, 둘째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행동을 막내는 해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퇴원기념 케이크를 자릅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목걸이도 선물해 드리는 지우, 분위기는 엉거주춤한 분위기였다. 

 

"이렇게 쉽게 덮어버리는 게 아니었어. 그게 문제였다."

 

"내 속이 그렇게 무너지는데도 당신하고 애들 눈치가 보였어."

"양파 까도 까도 끝이 아니잖아."

"사람들은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에너지와 기를 쓰고 낭비한다."

 

배다른 큰 딸, 김은주는 자신의 생부를 결국은 만납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조차도, 이름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대화를 하는 생부의 민낯을 목도합니다. 그렇게 은주는 생부와의 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립을 합니다. 그리고 이혼했던 전남편과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전남편 윤태형과 이전에 나눈 대화 속에서 이야기했던 "내 슬픔을 자기 등에 들고 가는 사람이 친구"라고 했는데, 두 사람은 이제는 진짜 친구가 되었습니다. 둘째 김은희는 원나잇을 했던 부대표와의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토록 징글징글했던 남사친과 연인 사이로 발전해 갑니다. 두 사람의 달달한 애정전선에 대해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우는 로맨스 스캠으로 자신이 이제껏 모아두었던 전재산을 다 탕진했지만, 그것도 사랑받는 막내 자리를 걷어차면서 가족들에게 상처 준 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는 포지션까지 나아갑니다. 

 

 

 

 

 

 

김상식과 이진숙 부부, 그리고 삼 남매의 파란만장한 가족사의 양파를 까고 까면서 드라마는 졸혼을 하고자 하는 어머니는 일단 가족들을 떠납니다. 졸혼도 아니고, 이혼도 아닌 혼자만의 여행을 떠납니다.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가족 때문에 미루고 미뤘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해 보고 싶은 것을 하는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아버지와 자녀들은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더 애틋해지게 되겠죠? 어머니이자 아내가 집으로 돌아옵니다. 상식은 가족 단톡방에다 '가족여행 가자'라고 제안을 하지만 자식들은 아무런 답도 없는 단톡방. 그러나, 자신의 아내이자 애들의 어머니인, 진숙이 개인톡으로 대답합니다. 

 

"우리 둘이 가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김상식, 이진숙 부부의 데이트장면(출처: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김상식, 이진숙 부부의 데이트장면(출처: tVN)

 

 

아무리 가족이라도 각자도생의 홀로서기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온전히 각자도생 하는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드라마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역할을 했던 부모님이 육체적, 정신적 탈진과 번 아웃을 경험하면서 가족에겐 위기가 왔고, 세 남매에게도 그들 각자의 삶에 위기가 왔지만 그런 위기도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어 다시 가족이 뭉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족에 대한 현미경과 같은 시선으로 각자의 삶의 스토리를 추적하면서 결국은 아버지의 회복과 어머니의 Refresh로 인해 가족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새롭게 하는 조망해 주는 가족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였습니다.

 

"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우리에게 가족이 있습니다."

 

 

16부작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아무리 잘 아는 가족이라도 더 디테일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며, 동시에 '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 또한 스스로 각자도생의 홀로서기가 반드시 필요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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